제1회 이상 시문학상 수상한 이승훈 명예교수
2008/09/15 인터넷 한양뉴스
올해 첫 제정된 제 1회 이상 시(詩)문학상에 이승훈(인문대·국문)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이승훈 시인은 등단 이래 45년간 줄곧 전위적인 시 세계를 연마”했으며 “한국 시단이 서정적 전통을 주류로 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시 세계를 끝없이 천착해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선정된 시 ‘모두가 시다’의 한 부분이다.
“이군이가? 훈이가?” 대학 시절 깊은 밤 원효로 목월 선생님 찾아가면 작은 방에 엎드려 원고 쓰시다 말고 “와? 무슨 일이고?” 물으셨지. 난 그저 말 없이 선생님 앞에 앉아 있었다. 아마 추위와 불안과 망상에 쫓기고 있었을 거다. 대학 시절 처음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나올 때 “엄마야! 이군 김치 좀 주게. 이군 자취한다.” 사모님을 엄마라 부르시고 사모님은 하얀 비닐 봉지에 매운 경상도 김치를 담아 주셨다. 오늘밤에도 선생님을 찾아가 꾸벅 인사드리면 “이군이가? 훈이가? 와? 무슨 일이고?” 그러실 것만 같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제1회 이상 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상 시문학상은 문학사상사에서 소설가에게 주는 이상문학상과는 별개로 현대불교신문사와 계간지 ‘시와 세계’가 이번에 제정한 상이다. 이 상의 첫 수상자라 영광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상의 이름으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인 이상을 무척 좋아했다. 내가 시를 쓰는 동안 이상의 전위적인 정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에 이상이란 시인이 없었으면 너무 쓸쓸했을 것 같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모더니스트로서의 이상이 좋았다. 고등학교 때 황폐한 인간의 내면을 노래한 이상의 시를 읽었는데 그 부분이 나와 맞았던 것 같다. 그런 이상의 이름으로 상을 받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상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2008년 여름 ‘시와 세계’란 계간지에 실린 ‘모두가 시다’라는 시로 상을 받았다. 그 시는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국문과 정민 교수, 오세현 교수와 같이 목월 선생님 생일에 용인 공원 식당에 갔던 일. 두 번째는 대학 때 처음으로 목월 선생님 집에 가서 느꼈던 이야기다. 이것은 마치 일기 같기도 하지만, 시다. 나는 최근 시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밥 먹는 것, 일기 쓰는 것, 담배 피우는 것 모두 시라고 생각한다. 시에 대한 이런 사유는 전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 이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이 이상이다. 그의 시를 높이 평가한다.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의 시는 특이하다. 그는 한 발 앞서간 시인이다.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면이 좋다. 늘 이상의 그런 정신들을 생각한다. 황량한 도시, 사막화된 도시 속에서 그것을 견뎌나가는 도시인들의 삶을 노래하는 일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어디 사는지, 우리의 삶이 어떤 환경에 뿌리 내리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가진 실험성과 전위적인 면을 높이 평가받아 그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시작(詩作) 활동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에는 외로워서 시를 썼다. 문단에 등단한 후로는 자아를 찾는 행위로 시를 썼다. 다른 사람들은 꽃이나 나무를 노래하거나 사회를 비판하는 시를 쓰지만 나는 좀 달랐다. 현대인의 병든 내면세계를 소재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시를 썼다. 시를 쓴지 45년이 돼 가는데 그 동안 나를 찾아 헤맸던 여행이 시 쓰는 활동이었다. 이런 시 세계는 전위적, 즉 아방가르드라고도 한다. 전위적이란, 맨 앞에서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전위적 시인이란 전통적인 예술 인습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를 추구해 나가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시 쓸 때 힘든 적은 없었나?
시를 쓰는 활동은 고통이 반이고 쾌락이 반이다. 쾌락과 고통은 같은 선상에 있다. 화가들의 작품 활동 행위가 고통스럽듯 시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고통이나 쾌락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일반인들은 노동의 고통을 유흥으로 풀어낸다. 쾌락과 고통이 서로 다른 측면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예술은 쾌락과 고통이 함께 하는 행위다. 쾌락이 고통이고 고통이 쾌락이다. 예술 활동이 의미 있는 까닭은 삭막한 세상에 활기를 넣어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그림 한 폭, 노래 한 가락, 시 한 구절이 없다면 인간이 살기 참 팍팍할 것 같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금년 2월에 정년퇴임을 하고 지금은 명예교수로 대학원 강의만 하고 있다. 학부생들에게는 현대시론, 시창작론, 비평론 과목을 강의했다. 기회만 된다면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 강의하는 일은 사실 내가 공부하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짧은 인생 사는 데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전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바꿔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공부도 즐겁고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시 쓰는 일이 좋아서 시를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서 그림을 그리듯이 공부도 그렇게 했으면 한다.
글 : 권희선 학생기자 grazia1@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이군이가? 훈이가?” 대학 시절 깊은 밤 원효로 목월 선생님 찾아가면 작은 방에 엎드려 원고 쓰시다 말고 “와? 무슨 일이고?” 물으셨지. 난 그저 말 없이 선생님 앞에 앉아 있었다. 아마 추위와 불안과 망상에 쫓기고 있었을 거다. 대학 시절 처음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나올 때 “엄마야! 이군 김치 좀 주게. 이군 자취한다.” 사모님을 엄마라 부르시고 사모님은 하얀 비닐 봉지에 매운 경상도 김치를 담아 주셨다. 오늘밤에도 선생님을 찾아가 꾸벅 인사드리면 “이군이가? 훈이가? 와? 무슨 일이고?” 그러실 것만 같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수상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2008년 여름 ‘시와 세계’란 계간지에 실린 ‘모두가 시다’라는 시로 상을 받았다. 그 시는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국문과 정민 교수, 오세현 교수와 같이 목월 선생님 생일에 용인 공원 식당에 갔던 일. 두 번째는 대학 때 처음으로 목월 선생님 집에 가서 느꼈던 이야기다. 이것은 마치 일기 같기도 하지만, 시다. 나는 최근 시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밥 먹는 것, 일기 쓰는 것, 담배 피우는 것 모두 시라고 생각한다. 시에 대한 이런 사유는 전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 이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작(詩作) 활동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에는 외로워서 시를 썼다. 문단에 등단한 후로는 자아를 찾는 행위로 시를 썼다. 다른 사람들은 꽃이나 나무를 노래하거나 사회를 비판하는 시를 쓰지만 나는 좀 달랐다. 현대인의 병든 내면세계를 소재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시를 썼다. 시를 쓴지 45년이 돼 가는데 그 동안 나를 찾아 헤맸던 여행이 시 쓰는 활동이었다. 이런 시 세계는 전위적, 즉 아방가르드라고도 한다. 전위적이란, 맨 앞에서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전위적 시인이란 전통적인 예술 인습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를 추구해 나가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시 쓸 때 힘든 적은 없었나?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금년 2월에 정년퇴임을 하고 지금은 명예교수로 대학원 강의만 하고 있다. 학부생들에게는 현대시론, 시창작론, 비평론 과목을 강의했다. 기회만 된다면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 강의하는 일은 사실 내가 공부하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짧은 인생 사는 데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전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바꿔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공부도 즐겁고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시 쓰는 일이 좋아서 시를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서 그림을 그리듯이 공부도 그렇게 했으면 한다.
글 : 권희선 학생기자 grazia1@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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