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일 목요일

프랑카평화 2016. 6. 2. 09:42

창가에서

                  김이듬



  수돗물을 마신다 불도 냉장고도 없다 나는 식료품을 창밖 창틀에 가지런히 놓아둔다 날이 더 추워지면 냉동실도 생기겠지 나의 그랜드 냉장고는 모서리가 북극 오로라에 닿아있다

 

  새와 고양이로부터 나의 물고기를 지키려고 내가 창가에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수돗물을 마신다 석회로 뿌연 흙과 물에서 내가 생겨났을까

  마주보이는 건물은 낡아서 무너질 것 같은데 집을 버리고 모두 떠났을 것 같은데

  조금 전 한 개의 창문에 불이 켜졌다

 

  나는 육체를 만지듯 요리책을 쥐고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관능적인 음식을 만들 것이다 우습게도 달걀을 손바닥에 놓고 왜 너는 폭발하지 않는 거니 묻는 거나 뭐가 다른가

 

  그리하여 나는 수돗물을 마시다 뿜고 와인을 찾으려는 거다 맞은편에서 무너질 건물에서 붉은 머리칼인지 회색 머리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사람이 창문을 열었을 때

 

  작은 새가 경쾌하게 울며 내 창가로 날아왔을 때

 

  나는 음산한 냉기의 저녁 시간을 아침부터 살았음을 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창가에 있었을 화분을 처음으로 바라본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창가에 대체로 붉은 꽃을 피운 화분이 놓여 있다는 것은 그 안에 누가 산다는 입증이라고 들은 적 있다 맞은편 저 방 안에 등이 굽은 은발의 가련한 이가 혼자 저녁을 먹고 있을 거다

 

  나는 창가에서 빵에 빨간 피망을 쑤셔 넣고 수돗물을 마시며 화분처럼 위태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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