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낙서
복효근
철거지역 담벼락에
휘갈겨 쓴 붉은 스프레이 글씨,
SEX
저것을 번역한다면
‘사랑’이거나 ‘씹할’ 정도가 아닐까
분노와 욕망이 함께 거주하는
저 덜렁 벽 하나뿐인 집
버티고 선 포크레인
그리고 도심의 휘황한 불빛 앞에서
피 흘리듯 흘림체의 저 SEX는
누리고 있는 자가 더 누리기 위한 호사는 아닐 것
애써 다독이며 숨어서 하는 쓸쓸한 수음과도 같은 것
분노하고픈 사랑이여
사랑하고픈 분노여
제 몸을 내어준 벽이 홀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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