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0일 목요일

프랑카평화 2016. 11. 10. 13:27


가을 떡갈나무 숲

                                   이준관

 

 


떡갈나무 숲을 걷는다. 떡갈나무 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스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집이거나, 지난 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 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

그 눈부신 날갯짓 소리 들릴 듯한데,

텃새만 남아

산 아래 콩밭에 뿌려 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 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밤엔

이 떡갈나무 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밤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 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느 산짐승이 혀로 핥아 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두었을까? 그 순한 산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뺨을 대 봐,

조금 따뜻해질 거야, 잎을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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