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떡갈나무 숲
이준관
떡갈나무 숲을 걷는다. 떡갈나무 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스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집이거나, 지난 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 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
그 눈부신 날갯짓 소리 들릴 듯한데,
텃새만 남아
산 아래 콩밭에 뿌려 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 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밤엔
이 떡갈나무 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밤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 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느 산짐승이 혀로 핥아 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두었을까? 그 순한 산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뺨을 대 봐,
조금 따뜻해질 거야, 잎을 떨군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 오규원 시인 ( 시모음 ) (0) | 2017.06.30 |
|---|---|
|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0) | 2016.11.28 |
|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0) | 2016.10.14 |
| 2016년 10월 5일 수요일 (0) | 2016.10.05 |
| 2016년 9월 2일 금요일 (0) | 2016.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