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과 나
오규원
7월 31일이 가고 다음날인
7월 32일이 왔다
7월 32일이 와서는 가지 않고
족두리꽃이 피고
그 다음날인 33일이 오고
와서는 가지 않고
두릅나무에 꽃이 피고
34일, 35일이 이어서 왔지만
사람의 집에는
머물 곳이 없었다
나는 7월 32일을 자귀나무 속에 묻었다
그 다음날과 다음날을 등나무 밑에
배롱나무 꽃 속에
남천에
쪽박새 울음 속에 묻었다
오후와 아이들
오규원
한 아이가 공기의 속을 파며 걷고 있다
한 아이가 공기의 속을 열며 걷고 있다
한 아이가 공기의 속에서 두 눈을 번쩍 뜨고 있다
한 아이가 공기의 속에서 우뚝 멈추어 서고 있다
한 아이가 공기의 속에서 문득 돌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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